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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퇴사일기 (재취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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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에 인스타그램에 작성했던 글입니다. 춥고 배고팠던 겨울 나의 이야기 퇴사 전, 앞서간 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다. 퇴사 후에 작가, 여행가 또는 블로거가 된 사람들.. 유학을 떠나거나 재취업을 한 사람들. 많은 인생을 듣고 내 미래는 어떨까 그려봤다.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고민한 수많은 밤이 있었고, 역시나 예상대로 흘러오지 않은 현재를 산다. 이렇게 살고 있을 줄 진짜 몰랐는데. 장래희망을 이룬 나? 컴퓨터그래머, 프로그램어 컴퓨터프로그래머. 언제 어디서 주워들은 단어인지 축구선수에서 갈아탄 이 장래희망은 꽤나 오래갔는데, 특기라기엔 민망하게 게임말곤 할 줄 아는게 없었다. 아무튼 그 덕분에 대학교 학과 선택도 간단했다. 가나다군 컴퓨터로 통일. 이래저래 학교는 들어갔는데 수업은 기대와 많이 달랐다. 너무 재미가 없었고 나는 자연스레 뒤쳐졌다. 첫 직장을 정할 때도 컴퓨터랑 최대한 먼 쪽으로 선택했다. 뭐 결국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항상 코딩에 동경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었기에 유학 가기 전에 개발자가 한 번 돼보고 싶었다. 모니터 앞에 두고 많이 읽은 데일 카네기 도서 기도문 How to stop worrying 예상보다 빠르게 줄어가는 통장 잔고, 좁은 방 한 칸에서 반복되는 단조로운 식단, 친구들에게도 먼저 연락하기 어려운 처지까지. 지난 선택에 대한 의심과 미래에 대한 걱정이 찾아온다. 불행 대신에 택한 불안은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다. 정말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가진 것들에 감사하며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기다릴 뿐이었다. 가성비 좋은 스파게티 고추장 계란밥 존버 퇴직금은 중남미 관광사업 발전에 투자했다. 그간 모은 돈은 거의 전세금에 박혀있다. 통장에 남은 돈 약 오백만원 소득이 없으니 지출을 줄여야지 사람사는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드는구나 일론 머스크는 하루 1달러로 한 달 살기를 해봤다는데 그는 부모님 집에 얹혀 살았던 것일까.. 가끔씩 엄마 밥을 먹을 수 있어서 버틸 수 있던 것 같다. 친구들이 힘들 때 ...

뒤늦은 퇴사일기 (남미여행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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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인스타그램에 작성했던 글입니다. 공항으로 출발 직전  기약없이 떠났던 여행 기간은 두 배로 늘어났고, 바리바리 많이도 싸간 짐들은 절반으로 줄었다. 페루의 광장에서 출국 시 사진 귀국 시 사진 왜 남미였나 남미에서 만난 한국 사람들 중엔 퇴사자들이 많았다. 이동에만 꼬박 하루 이상이 걸리는 지구 반대편. 직장인이라면 회사 휴가로 가보기엔 쉽지 않은 곳. 나중에 언젠가 가볼 수 있을지 모를 머나먼 대륙. 거기에다 인생에 언제 또 올지 모를 여유로운 시기. 퇴직금을 포함한 부족하지 않은 돈 그리고 젊음. 그래서 선택했고 반 년의 시간을 보냈다. 하루가 멀다하고 물리치료 파타고니아 지역에서 타임아웃 퇴사 몇 달 전, 나는 일자목과 거북목 진단을 받았다. 나쁜 자세와 스트레스가 유발하는 기분 나쁜 통증. 뒤척이며 자다 고통에 깨어 몸을 주무르는 날이 많았다. 물리치료 받으랴, 근육주사 맞으랴 병원에 부지런히 다녔다. 거기다가 허리와 무릎 통증에 족저근막염까지.. 고장난 몸으로 무거운 배낭을 들고 다닐 수 있을까 싶었다. 그렇지만, 출국 후에는 아팠던 사실조차 잊고 지냈다. 몸과 마음이 힘들던 때에 마침 여유로운 호사를 누린 셈이다. 마치 적당한 타이밍에 타임아웃 불러서 끊어가는 느낌이었다.  아침마다 생과일주스를 마시던 시장 오래 머무른 도시, 수크레 페루 초딩과 축구 한판 스페인어 공부는 틈틈이 수크레의 야경 어느 날의 일기 느즈막이 일어나 몇천 원 주머니에 넣고서 집을 나선다. 시장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과일 주스로 입가심을 한다. 학생들 등교하는 모습을 보다가 친구와 동네를 돌아본다. 선글라스 너머로 비추는 햇살을 맞으며 발걸음이 가볍다. 회사를 다닌 적이 있긴 한건지 싶은데, 뭐 아무래도 좋다. 언덕 위에 앉아서 일몰을 하염없이 지켜본다. 좋은 것들을 볼 때면 가끔 가족들 생각이 난다. 짐을 줄여야겠다고 생각 집으로 보낼 것들 모아보기 10만원 넘게 나온 국제택배 다녀간 국가들의 설명은 찢는다 귀국 전에 무척 가벼웠던 짐 짐 남미 여...

뒤늦은 퇴사일기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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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인스타그램에 작성했던 글입니다. 무서운 그들 이별 사유 퇴사를 하고 나갈 때 회사에 하고 싶던 얘기가 참 많았다. 회사생활 2년만에 내가 왜 이 곳을 벗어나고 싶었는지, 그간 느낀 조직의 불합리와 비효율들을 말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미 오래 전 떠나버린 마음에 하려던 말은 못하고.. 사직서에 ‘진학’, 두 글자만을 퇴사 사유로 남겼다. 퇴근 후 술만 늘어갔다 고인 물 빠른 출근이나 늦은 퇴근보다 힘들었던 것은 정체되는 느낌이었다. 괜찮은 연봉과 남들보다 많은 휴가에 적잖이 만족할 때도 많았지만, 퇴근 후 느닷없이 몰려오는 공허함은 내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었다. 한 곳에만 멈춰있기엔 아직 이르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새로운 여정에서는 좀 더 가치있고, 내게 의미있는 길을 발견하길.. 초속 5센티미터 신카이 마코토 <秒速5センチメートル> 中 ⠀⠀⠀⠀⠀⠀⠀⠀⠀ 단지, 생활을 하고 있는 것뿐으로 슬픔은 쌓여만 간다. 햇빛에 바랜 시트에도, 세면장의 칫솔에도, 휴대전화의 이력에도. ⠀⠀⠀⠀⠀⠀⠀⠀⠀ 이 수 년간..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서, 닿지 않는 것에 손을 팔고 싶어서.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지도.. 대부분 강박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생각이 어디서부터 찾아오는지도 알지 못하고.. 나는 단지 일을 계속하여 문득 깨닫고 보니, 날마다 탄력을 잃어가고 있는 마음이 오로지 괴로울 뿐이었다. ⠀⠀⠀⠀⠀⠀⠀⠀⠀ 그리고 어느 아침.. 이전에 그렇게까지나 진지하고 올곧았던 마음이 깨끗하게 사라진 것을 나는 깨닫고 이제 한계라는 것을 알게 된 때, 회사를 그만뒀다. 회사에서 남미 지도 출력 막연한 계획 마지막 출근일이 결정된 후, 많이들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왔다. 남미 여행을 다녀온 이후로 유학 준비를 할 것이라 대답했다. 사실, 여행도 유학도 막막한지라 덧붙일 말이 딱히 없었다.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소식을 전하지는 않았다. 앞날에 대한 걱정보단 당장 여행의 설렘에 집중하고 싶었다. 야근 또 야근 말말말 퇴사 얘기가...

뒤늦은 퇴사일기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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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인스타그램에 작성했던 글입니다. 사직서 이 년의 회사생활, 반 년의 여행, 그 후로 일 년이 지난 오늘. 그동안 적어놨던 기록들을 조금씩 남겨보려 한다. 신입사원 연수 사진 별의별 문의 중 하나 퇴사에 이런 저런 이유는 많았다. 짧디 짧은 주말과 휴가만을 바라보고 사는 삶, 무의미해 보이는 반복적인 일에서의 스트레스, 수직적이고 고여버린 집단에서 느끼는 무력감 등. 주된 이유는 회사에 계속 남는다면 나중에 분명히 후회할거라는 것. 딱히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퇴사 후 아픈 곳이 말끔히 사라졌다! 저녁 11시의 회사 누군가에겐 힘들게 들어간 좋은 회사. 누군가에겐 그깟 회사. 똑같은 월급쟁이. 부모님의 자랑. 한 때 나의 자랑. 이제는 좋은 추억. 행복해질 용기 어려운 시기에 퇴사를 하는 나를 보고 용감하다고 했다. 용기를 내기 위해서는 일 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 저 글귀는 모니터 옆 파티션에 붙어있었고, 퇴사를 하던 날 누군가에게 주고 나왔다. 저걸 사내 잡지에서 오렸다는 사실은 아이러니. 호기심에 승무원 지원 개발자 지원 막다른 길 지금은 추억의 일부이지만 당시엔 회사가 너무 싫었다. 현재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하자 마음먹어도 쉽지 않았고, 회사에 앉아있는 당시 나의 현재를 사랑하기 힘들었다. 남들처럼 이직할 시도도 해봤지만 잘 풀리진 않았다. 승무원 지원도 어느 정도는 진심이었다. 면접보고 와서 콩나물국밥 양복쟁이 정장을 입고 출근하는 모습을 동경하던 시절이 있었고, 그리 된 내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며 뿌듯하기도 했더랬다. 단정히 맨 넥타이와 정돈된 차림에서 오는 기분 좋은 긴장감. 그치만 언제부턴가 내 업무에 거추장스럽단 생각이 들었다. 벨트를 안하고 다닌다고 몇 번인지 잔소리를 들을 무렵, 목을 죄는 타이가 한없이 답답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와는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기회비용 퇴사는 비쌌다. 백수가 되는 퇴사라서 더욱더 그랬다.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았고, 통장 잔고와 함께 당찼던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