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퇴사일기 (남미여행편)

2019년에 인스타그램에 작성했던 글입니다.

공항으로 출발 직전 

기약없이 떠났던 여행 기간은 두 배로 늘어났고,

바리바리 많이도 싸간 짐들은 절반으로 줄었다.


페루의 광장에서

출국 시 사진

귀국 시 사진

왜 남미였나

남미에서 만난 한국 사람들 중엔 퇴사자들이 많았다.

이동에만 꼬박 하루 이상이 걸리는 지구 반대편.

직장인이라면 회사 휴가로 가보기엔 쉽지 않은 곳.

나중에 언젠가 가볼 수 있을지 모를 머나먼 대륙.

거기에다 인생에 언제 또 올지 모를 여유로운 시기.

퇴직금을 포함한 부족하지 않은 돈 그리고 젊음.

그래서 선택했고 반 년의 시간을 보냈다.


하루가 멀다하고 물리치료

파타고니아 지역에서

타임아웃

퇴사 몇 달 전, 나는 일자목과 거북목 진단을 받았다.

나쁜 자세와 스트레스가 유발하는 기분 나쁜 통증.

뒤척이며 자다 고통에 깨어 몸을 주무르는 날이 많았다.

물리치료 받으랴, 근육주사 맞으랴 병원에 부지런히 다녔다.

거기다가 허리와 무릎 통증에 족저근막염까지..


고장난 몸으로 무거운 배낭을 들고 다닐 수 있을까 싶었다.

그렇지만, 출국 후에는 아팠던 사실조차 잊고 지냈다.

몸과 마음이 힘들던 때에 마침 여유로운 호사를 누린 셈이다.

마치 적당한 타이밍에 타임아웃 불러서 끊어가는 느낌이었다. 


아침마다 생과일주스를 마시던 시장

오래 머무른 도시, 수크레

페루 초딩과 축구 한판

스페인어 공부는 틈틈이

수크레의 야경

어느 날의 일기

느즈막이 일어나 몇천 원 주머니에 넣고서 집을 나선다.

시장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과일 주스로 입가심을 한다.

학생들 등교하는 모습을 보다가 친구와 동네를 돌아본다.

선글라스 너머로 비추는 햇살을 맞으며 발걸음이 가볍다.

회사를 다닌 적이 있긴 한건지 싶은데, 뭐 아무래도 좋다.

언덕 위에 앉아서 일몰을 하염없이 지켜본다.

좋은 것들을 볼 때면 가끔 가족들 생각이 난다.


짐을 줄여야겠다고 생각

집으로 보낼 것들 모아보기

10만원 넘게 나온 국제택배

다녀간 국가들의 설명은 찢는다

귀국 전에 무척 가벼웠던 짐

남미 여행이 길어지며 짐이 많이 불었다.

옷과 잡동사니는 한국으로 보냈고 불필요한 건 버렸다.

짐이 늘어나면 여러모로 불편하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얽매일 수 있다.


멕시코에서 짐을 붙이며 회사다닐 때가 생각났다.

자동차도 자취방도 언젠가 내게 짐이 될 것만 같았다.

언젠가 떠날 것을 미리 염두해서였을까.

어쩌면 회사를 들어갈 때부터 나는 이 곳과는 맞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Mahahual, Mexico

Cozumel, Mexico

Cancun, Mexico

Bacalar, Mexico

Caye Caulker, Belize

카리브해

뜨거운 태양 아래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

그림자가 짧아질 때쯤 젖은 머리로 식사를 하고

그늘 아래 살랑이는 훈풍에 눈꺼풀을 감아본다

서른 살 전에 이런 곳도 와보고 썩 괜찮은 인생이야

감사하며 살아야지

돌아가면 열심히 살아야지


뉴욕 양키스 스타디움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허드슨강 유람선

뉴욕에서

긴 남미 여행이 멕시코에서 끝났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뉴욕에서 보낸 일주일.

뉴욕은 비싼만큼 좋았다.

중남미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

뉴욕에선 자본주의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양키 스타디움 꼭대기에서 야구 경기를 보며,

허드슨 강에서 수상스키를 타는 이들을 보며.

헬기타고 맨하탄을 내려다 보면 얼마나 멋있을까.

돈 많이 벌어서 뉴욕에 다시 오고 싶었다.

얼른 돌아가서 공부든 일이든 해야겠다는 생각뿐.

정말 돌아갈 때가 다가온 것을 알 수 있었다.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한국에 얼른 가고 싶던 마음

반 년만에 돌아온 집

귀국

반 년이 걸린 여행이 끝나고

여행 정리에 며칠

시차 적응에 며칠

그리운 사람들 만나는데 며칠

한 달이 금방 지나갔다

호스텔 낡은 식기도

고산지대도 바닷가도

타코도 코로나도 당분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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