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케이션 다니면서 내 집 에어비앤비 임대하기
2020년에 인스타그램에 작성했던 글입니다.
관심
여행을 다니면서 언제부터인지 호스텔 주인이 되기를 꿈꿨다. 외국 친구들을 사귀는 것이 재밌었고, 무엇보다 장사가 잘 되면 알바 앉혀두고 나는 놀러다닐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관심있으면 한 번 체험해보라는 어느 호스텔 사장님의 제안도 들었지만, 본업을 제쳐둘 용기는 없었다. 그렇게 호스텔 생각을 잊고 살아가던 어느 날, 무심코 내가 사는 곳 주변의 에어비앤비 숙소들을 검색해봤다. 생각보다 높은 1박 요금에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두드려보게 되는데..
에어비앤비
3년 넘게 동네친구 하나 없이 살아온 동네가 무척이나 지겨웠고, 집에는 예전만큼의 애정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때마침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있던 때라 집에 물건도 얼마 남아있지 않았다. 몇 안되는 귀중품은 어디 쳐박아두면 그만이니 집을 공유하고 돈을 받는다는 생각이 제법 매력적으로 들렸다. 멕시코를 여행할 때 만났던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롤모델이 됐다. 자신의 방을 손님들에게 내주고 본인은 친구집에 가서 자고 온 프랑스인이 왠지 기억이 많이 남아있었다.
| 정갈한 손님맞이 |
반응들
부모님께 굳이 자세히 말씀드리지는 않았다. 한 번 해볼까하고 엄마한테 지나가는 얘기로 꺼냈을때 너무나 질색을 했기 때문에. 나도 해볼래하고 말했던 친구들은 몇 명 있었는데 실제로 한 사람은 없었다. 지인들은 주로 궁금한 것들을 내게 물어봤다. 내 물건들은 어떻게 하는지, 하루에 숙박비로 얼마를 받는지, 돈은 어디로 언제 들어오는지. 나도 이걸로 돈이 실제로 벌리는게 신기했고, 때론 왜 이 짓을 하나 싶기도 했으니 충분히 이해되는 반응들이었다.
| 소중한 후기 |
룸쉐어
사실 원래 하고 싶던건 룸쉐어였다. 여행자를 호스팅해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나 또한 이용객으로서 좋은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치만 원룸에 사는 처지니, 집을 내어준다는게 어떤지만 느낄 생각이었다.
세금 문제도 있었다. 룸쉐어를 하면 불법이 아니라던데. 나처럼 실거주지를 빌려주는 것은 불법인지 합법인지 알 수가 없었다. 에어비앤비 수수료떼고 통장에 꽂히는 돈은 꽤나 쏠쏠했다. 이래서 가게들이 현금 결제하면 그리 깎아주는구나.
| 한창 재미붙였던 기간 |
플러스/마이너스
+ 방을 내어주고 마음껏 원없이 싸돌아다닐 수 있다.
- 집을 떠나 외지를 돌며 사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 여행 일정에 맞춰 방을 내주고 돈을 받으면 쏠쏠하다.
- 집에 돌아와서 누군가 어지럽힌 방을 치우는건 귀찮다.
+ 긴 해외 일정에 맞춰 장기 예약을 받으면 맘이 든든하다.
- 예약이 들어와서 억지 일정을 만들어 나가보니 영 별로다.
+ 새 여행지, 신선한 경험, 친구집 방문
- 내게 소중한지 미처 몰랐던 순간들
|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경찰놀이
내 경험을 얘기하면 호기심을 보이는 사람이 꼭 있다. 본인 집을 자주 또는 길게 비우는데 나도 해볼까 하고. 그럴 때면 나는 득과 실을 얘기해준다. 여기까진 누구나 오케이. 이후로 정말 진지하게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 없어서 이 사진을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처음 내가 에어비앤비를 시작할 때, 여러 가지 상황을 상상해봤다. 예를 들면, 기물파손이나 도난 사고 같은 것들. 그렇지만 10번의 짧은 경험으로 경찰놀이의 흔적을 발견할 줄이야. 어쩐지 침대가 좀 예전만치 않더라니. 그 후로 내 침대는 다리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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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훌륭한 관리로 슈퍼호스트 자격을 채움 |
단상
- 외국인 관광객 비율은 40%로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
- 내 경우로만 판단하면 한국사람이 제일 방을 더럽게 쓴다.
- 번호를 눌러서 문을 여는 것이 누군가에겐 어려운 일이다.
- 요리 못하는 사람이 집 나오면 요리를 하고 싶어하나보다.
- 내 집보다 저렴하고 좋은 에어비앤비 숙소는 꼭 있다.
- 에어비앤비 요금은 청소비랑 수수료가 붙고 나서가 진짜.
- 에어비앤비 운영하면서 산 물건들이 이래저래 많다.
- 남의 집으로 에어비앤비를 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 많은 사람들이 숙소에 다양한 소지품을 두고 떠난다.
-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위생관념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 누가 다녀간 방문을 열때면 왠지 모를 이유로 떨린다.
- '숙박업계 도전기'가 '워케이션'을 가능하게 했다.
- '워케이션'이 '숙박업계 도전기'를 가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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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호스트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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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호스트 혜택 |
후기
한창 의욕이 넘칠 땐 월세방이라도 구해서 여러 에어비앤비를 운영해볼까 생각도 했다. 청소는 외주로 주고. 그치만 7~8번째 손님을 받을 즈음 강력한 현타가 왔다. 초기 목적인 호스트 경험은 이만하면 됐지싶었다. 그래도 왠지 10번을 채우고 슈퍼호스트가 돼보고 싶었다. 마침 여행 일정이 잡혀있기도 해서 여행자금도 충당할겸 억지로 10번을 채웠다. 몇 달의 여정 동안 해외 여섯 번, 국내도 많이 돌아다녔다. 집에 대한 애정이 떨어졌을 때 시작한 이 경험이 오히려 집에 대한 소중함을 되살려줬다. 언젠가 방이 여러 개 있는 내 집이 생긴다면 그 때 다시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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